[260729 VOGUE] 사와디카! 방콕에서 만나는 강릉
관리자 2026.07.30

사와디카! 방콕에서 만나는 강릉

피처 디렉터
김나랑
이소영(미술 전문 저널리스트)
사진
PharmaResearch Culture Foundation, Bangkok Kunsthalle

방콕과 강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는 8월 9일까지 방콕 쿤스트할레 미술관에서 방콕과 강릉의 특별한 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 를 만날 수 있다.

전시 ‘경계에서 함께 보기’ 포스터.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방콕 쿤스트할레 협력)

세계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인기 도시, 방콕과 강릉! 방콕은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방문한 도시’였으며, 강릉은 2025년 ‘황금연휴에 가고 싶은 국내 여행지 1위’로 선정됐다. 이것 말고 다른 비슷한 점이 또 있을까? 방콕과 강릉을 연계한 전시가 어떻게 열리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소희 이사와 방콕 쿤스트할레의 디렉터 스테파노 라볼리 판세라(Stefano Rabolli Pansera)는 두 도시의 가장 큰 공통점은 ‘힐링’이라고 했다. “방콕과 강릉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방콕 쿤스트할레와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은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힐링을 선사합니다. 더불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속 축제인 방콕 송끄란과 강릉단오제에서 영향을 받아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커미션 작품을 방콕 쿤스트할레에서 보여주게 되어 기쁩니다.” 박소희 이사와 스테파노 디렉터는 전시를 공동 개최하는 소감을 밝혔다.

‘경계에서 함께 보기’ 오프닝 행사 전경.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방콕 쿤스트할레 협력)

각각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와 송끄란 축제는 복을 빌며 공동체 회복을 기원하는 민속 축제다. 그렇기에 7월 15일 전시 개막식에서 강릉단오제를 이끄는 김운석 이수자의 전통연희집단 푸너리 공연이 열린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푸너리 공연은 이들이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온 형형색색의 지화를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꽹과리, 징, 장구를 치며 방콕 쿤스트할레 1층을 신명 나게 한 바퀴 휘저은 4명의 악사들은 자리에 앉아 강릉단오제의 제의적 리듬을 방콕의 관람객에게 전달했다.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인해 매년 극심한 산불을 겪는 강릉, 화재로 인해 24년간 건물이 폐쇄되었다가 다시 미술관으로 문을 연 방콕 쿤스트할레의 동병상련의 아픔을 달래는 공연 같기도 했다. 강릉단오제에서는 마지막에 지화를 태우며 소원을 빌곤 하는데, 이곳 방콕에서의 지화는 오프닝에 참석한 이들의 멋진 기념품이 되었다. 언어와 풍습은 다르지만 흥을 돋우며 새로운 복을 기원하는 민속 축제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대중에게는 힐링의 순간을 선사한 것.

방콕 쿤스트할레는 태국 넘버원 기업 CP그룹의 안주인 한국계 마리사 찌아라바논(Marisa Chearavanont) 대표가 2년 전 개관한 태국 최초의 사립 현대미술관이다.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은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2027년 제4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8년에는 강릉에서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 인온을 공식 개관한다. 이렇듯 문화를 사랑하는 태국과 한국 기업의 안주인들이 열정을 쏟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마리사 대표와 박필현 이사장은 오프닝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방콕 쿤스트할레 외부 전경. ©방콕 쿤스트할레

는 방콕 쿤스트할레 개관 이후 한국과 처음으로 공동 개최하는 전시이며, 앞으로의 교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정연두, 홍이현숙, 고등어, 이양희, 아라야 라스잠니안숙(Araya Rasdjarmrearnsook) 등 한국과 태국 작가 5인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프닝 날에는 미술가 정연두와 박소희 이사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태국 기자들과 관람객의 박수를 받았다.

“전시 제목 ‘경계에서 함께 보기’의 ‘경계’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계’는 ‘문지방’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곳과 저곳을 분리하지만, 건너면 바로 갈 수 있죠. 대관령을 넘어야 강릉에 갈 수 있기에, 대관령이 강릉의 문지방이자 경계라고 할 수 있고요. 여러분이 방콕 쿤스트할레로 건너오면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다섯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볼 수 있으니 ‘경계에서 함께 보기’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섯 작가의 작품은 모두 경계와 그 속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회복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박소희 이사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달라 보이지만 공동체의 감각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경계에서 함께 보기’ 작가·큐레이터 토크에 참여한 정연두 작가와 박소희 이사.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방콕 쿤스트할레 협력)
정연두, ‘싱코페이션 #5’ 스틸 컷, 2025, 3채널 4K 디지털 비디오와 단채널 항아리 조명 설치, 컬러, 사운드, 혼합 매체, 가변 크기. 본 상영을 위해 단채널 비디오 버전으로 수정, 17분 21초.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5) 커미션.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아티스트 토크를 위해 방콕을 찾은 정연두 작가의 작품 ‘싱코페이션 #5’(2025)는 강릉단오제 풍경을 직접적으로 3채널 영상 작품에 담았다.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기부한 쌀을 모아 빚는 술 신주를 만드는 과정, 고려인의 망향가에서 비롯한 임지선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 한 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 두 대의 피아노 공연, 지화를 불태우며 한 해 소망을 기원하는 강릉 시민들의 모습이 세 개의 비디오 화면을 오가며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정연두 작가는 술 빚는 과정이 너무 까다로웠고, 심지어 신주가 담긴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들고 오다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특히 두 대 중 소리가 나지 않는 피아노를 연주한 피아니스트 정다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음악가로, 우리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크게 소리가 울리고 있어서 연주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음악과 영상이 잘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다.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개들의 궁전’ 스틸 컷,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5분.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태국에서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아라야 라스잠리안숙의 ‘개들의 궁전’(2022)은 유기견의 현실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치앙마이를 기반으로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작가는 사원 근처에서 개를 버리는 사람들의 행태와 개를 챙기는 불교의 자비를 동시에 만날 수 있기에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보호와 유기의 양면성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강릉도 인기 휴양지가 되면서 여름 휴가철이면 수백 마리의 개가 버려지는 도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유기견 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홍이현숙,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강릉’ 스틸 컷,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분 3초.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5) 커미션.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홍이현숙의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강릉’(2025)의 한 장면은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 사용될 정도로 매혹적이다. 홍이현숙은 강릉 임영관 삼문과 칠사당 같은 오래된 건물을 손으로 두드리며 깨우는 행위를 영상에 담았다.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지난 50년간 열린 적 없는 강릉의 유일한 국보 임영관 삼문을 관람객과 다 같이 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양희, ‘이양희 입춤’, 2020/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3분 3초.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강릉 작은공연장 단, 2025) 전시 전경. 2020년 처음 창작했으며, 2025년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5) 커미션으로 확장 제작했다.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고등어, ‘사각의 검정’ 스틸 컷, 2023,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56초.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5) 커미션.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이양희 작가의 ‘이양희 입춤’(2020/2025)과 고등어 작가의 ‘사각의 검정’(2023) 역시 인기를 모았다. 이양희 작가가 선보인 전통 춤 입춤은 즉흥적이지만 가장 기본 형식으로, 한국 춤의 기본을 탐구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고등어의 ‘사각의 검정’은 강릉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릉 인구의 반이 사실 이주민이다. 그중에서도 배를 타고 온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많다. 이들 노동자들은 건축업에 종사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슬람 기도실은 만들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서정적인 드로잉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시 제목은 ‘경계에서 함께 보기’지만, 오히려 경계를 잊게 만드는 전시다. 앞으로도 방콕과 강릉을 오가며 교류할 방콕 쿤스트할레와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다음 협업 전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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